「영혼 입자 페어리 게임」 (2025)
영혼을 꺼내는 기계
입자의 영혼들
유저 1은 빠른 심장으로 느리게 유저 2에게 다가갑니다…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온다
-숨 쉬는 것을 잊지 마세요.
[System : 이제 당신은 호흡하는 것을 의식하게 됩니다!]
-숨을 마실 때는 배가 가득 차게
그리고 잠시 7초 간 숨을 멈추기
내쉴 때는 모든 긴장과 불순물을 빼낸다는 느낌으로
끝까지 숨을 뱉기, 인가요
-네 그러면 당신은 곧 심장 박동이 점점 느려지고 근육이 이완 되는 것을 느낄 것입니다
요약
숨을 4초 간 마신다
7초 간 멈춘다
8초 간 발사
[System : 당신은 478 호흡 퀘스트를 달성하였습니다!]
유저들은 숨을 편안하게 쉬면서
서로의 숨을 나눠 마신다
산소와 이산화탄소
재생
순환
점진적으로
무한히 뻗어나가고 스며들고
서로의 경계를 허물고
안녕
미시 생물들이 자기들끼리 상호작용 하듯
그렇게 안녕 잘 가 또 만나
…를 반복
우리를 이루는 것도 입자
입자를 이루는 것도 입자
공기를 이루는 입자를 이루는 것은 원소
이 입자들이 뒤섞일 수 있다는 것
열에너지를 전도할 수 있다는 것
서로가 서로에게
뒤섞일 수 있으며
그러니 사실 우리를 이루는 성분도 조금씩 섞이고 있다고 가정한다면
이완이라고 한다면
긴장이 멜팅 된
신경 근육
물렁 해진
액체 젤리
어떤 축으로 갈 수록 중력을 거스르거나 가까워진다
계속 Esc 버튼을 눌러서 탈출
순간 이동을 하려면 순간 이동 버튼을 누르세요
라임색 머리카락의 그 애
세이브 버튼을 눌러서 저장하세요
생존하려면 그 애와 무기가 필요하다
컷 편집
삭제
백스페이스
엔터
Esc
세이브미
오늘의 무기
현재 보관중
아이템 0개
상태 : LEVEL. 0
미러 사이드
사물이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을 수도 있고 멀리 있을 수도 있습니다
마우스 커서
오탈자들
초보 유저들을 위한 세레나데 응원
한 기능씩 퀘스트를 클리어해보세요!
퀘스트 달성
보상을 얻었습니다
레몬 라임 딸기 아이스크림 숙면 건강한 신체
작품 이름으로 지으면 재밌을 것 같은 단어를 나열하면 시가 된다
잘 가 = 안녕 또 만나
크레이지 윙크
윙크 페어리
스네일 페어리
조크면서 트루
게시판
이스터에그 발견
Game : Micro world
텔 미, 왓츠 온 유어 마인드
상태 메세지 : 상태 안 좋음
스르르
또는
어째서
과연
아무래도
물음표가 띄워진 말풍선
말풍선 놀이
R과 C의 말
자기복제기관
메롱 하고 사라진
메롱 하고 나타난
메롱 하고 도망 간
Micro babies
Micro twins
글씨체 크기 줄였다
목소리도 줄였다
편지 봉투에 p.s - 100년 뒤에 읽으시오
뇌유전자악성호르몬바이러스 침투
========_++=+=+=+=+=+=+==+==+=+=♡☆☆☆
모스키토도 페어리다
모기 요정
퐁
퐁당
아이 원 츄
아이 헤이츄
아이 러브 유
리을 미음
투명액체고체슬라임
예스머신 노노머신 스톱머신 고고머신
애플레몬워터
덜 얌전하고, 더 재밌고 달콤한 쪽으로 나빠지자
당신은 너무 착합니다
선한 것 악한 것 착한 것 나쁜 것
이렇게 흑과 백으로 나누지 말고 더 다양하게 바라봅시다
무한한 중간 지대의 시작으로부터의 스펙트럼
귀엽고 멍청하고 교활한 망막을 갈아끼우고
생각해봅시다
프로젝트에 대한, 프로세스로 인지되는
그러니까 당신에게 들어오는, 투과되는 빛의 입자, 선분, 달팽이 껍질, 피보나치의 수열, 음파, 그 모든 것들이 전부 그레이존에 해당이 된다고 해봅시다
창백하고 약해서
금방이라도 영혼이 산산조각날 것 같이
보이지 않는 파티클 효과들
자기들끼리 자글자글 눈 잔상벌레현상
귀여워 죽겠다
입자 벌레들이 윙크하고 메롱메롱 모여서 군집 만든다
로드되고 있습니다…
0.1, 0.01, 0.001, 0.0001, 0.00001, 0.000001, 0.0000001, 0.00000001, 0.00000000000000000000001…
너네 어디까지 가는 거에요
떨어지는……
안녕 = 안녕
잘 가 = 또 만나
안녕 = 또 만나
「ㅇ/() 공식」(2025)
그림자가 있고
괄호가 있고
그림자와 괄호의 가운데에 선이 그어져 있다
ㅇ / ( )
ㅇ은 그림자이다
이응은 그림자입니다
괄호의 안에는 아무것도 없고
ㅇ의 안은 그림자로 가득하다
ㅇ은 괄호 안의 공백이 되고 싶고
ㅇ은 괄호 안에 들어가고 싶지만
ㅇ은 그림자므로 어찌할 방도를 모른다
그림자는 언제까지나 그림자여야만 해
그림자는 욕망을 가져서는 안 되며 그리고
그림자 ㅇ은 언제나 괄호 뒤에 있다
그림자 ㅇ은 생각한다
―내 그림자를 쳐다보면 그림자는 땅에 달라붙어서 나를 따라 하는 건지 내가 그림자를 따라 하는 건지 모르겠다
그림자는 그렇게 생각하며 바닥과 한 몸이 되어 그림을 그린다
그림 위를 걸으면서 무지갯빛 꿈에 대해서 생각한다
그에게 꿈이란 욕망
욕망에 대해서 생각한다
자신의 몸 속에 오색찬란한 빛을 깊이 오래도록 간직하는 욕망
그 빛이 되는 욕망
―하지만 여기가 한계이고 끝 아닌가요
여기서 더이상 갈 수 있나요
앞은 벽인데 이것을 뚫고 나아갈 수 있나요…….
그림자 ㅇ 의 절망감.
무엇보다 그는 안전하게 자신의 몸을 뉘일 수 있는 공간을 원한다
괄호처럼, 둥글고, 안정적인, 그래, 괄호.
그리고 괄호는 그림자 ㅇ의 존재를 모른다
숨 쉴 수 있는 곳, 안전한 장소이자 사람들,
그리고 비슷한 느낌으로……
……반짝거리고 따뜻한 기운이 넘치는 공간 괄호.
그런 괄호와 그림자 ㅇ 은 아무 관계가 없다
그림자 ㅇ 은 괄호 속에 몸을 집어넣고 싶다
자신을 반겨주고 편히 있을 장소
바로 저 빈 진공void 속에.
―빈 괄호 안에는 뭐든지 자유롭게 쓸 수 있고 내가 괄호 안에 들어간다면 ㅇ이 아닌 미음도 될 수 있고 비도 될 수 있고 바람도 될 수 있고 고양이도 될 수 있고 다른 무언가도 될 수 있을 거야…….
그리고, 그리고…….
괄호는 늘 멀리에 있다
괄호 = 안전함, 환대, 인정, 소속감, 연결감, 받아들여진다는 감각! 소외감/거절감/거리감과 정확히 반대인 감각!
선은 그림자 ㅇ의 테두리를 긋고 싶다
선은 그림자 ㅇ의 윤곽을 섬세하게 어루만지고 싶고
선은 검푸른 빛의 매혹적인 그림자 ㅇ과 가까워지고 싶지만
선의 세로 길이는 30cm에
두께는 0.5mm이고
영 오 밀리미터인 선은 옆에서는 거의 보이지가 않는다
선은 그림자 ㅇ 에게 묻는다
―너를 어떻게 부르면 될까 이응이라고 부르면 될까 영이라고 부르면 될까 그냥 그림자라고 부를까
그림자 ㅇ 에게 선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세로는 무한대로 늘릴 수 있어도 두께는 없는 듯 얄팍하니
영 오 밀리미터 선은 그림자의 옆면처럼
희미하게 없는 듯이 있어야 해 그리고
입을 다문다
선의 가로길이만큼 그림자 ㅇ 에게 선의 존재는 미미하다
그림자 ㅇ 이 괄호의 걸음만큼 앞으로 나간다
선은 그만큼 몸을 늘려 그림자 ㅇ 을 막는다
―그림자야, 나를 봐 줘 나 여기에 있어 난 내가 너를 보고 있어 너도 나를 봐줘 나는 늘 너에게 연결돼 있어 근데 왜 너는 나를 보지 못하는 거야 왜 내가 네 주변에 있다는 걸 모르는 거야
그림자 ㅇ 은 선을 보지 못하고 밟고 지나간다
그럼에도 선은 그림자 ㅇ 를 …한다
원한다
욕망한다
갈망한다
애정한다
사랑한다
미워한다
증오한다
동경한다
그림자 ㅇ 에게 선은
삼십 센티의 바닥에 일자로 그어진 하얀 줄
이 선이 왜 이렇게 날 따라오는 것 같지, 하며
그림자 ㅇ 에게 선은 선일 뿐
생명도 영혼도 매력도 없는
존재감 없는 무엇
마치 유령처럼, 보이지 않아
나는 그 애에게 보이지 않아
그림자 ㅇ은 가로 0.5mm 선을 정확히 0.5mm만큼만 움직여 피하고
가로도 반들반들하게 둥근 괄호를 따라간다, 기어서.
선은 그림자 ㅇ의 끄트머리를 잡고 끌려간다…….
/___ㅇ( )
……햇빛이 기울어지는 각도에 따라 그림자 ㅇ의 그림자도 길어진다
/____________ㅇ( )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도식
한참을 따라가다가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고
달이 지구 주변을 약 6,687.36바퀴 도는 순간
(500년이 된 순간)
그림자와 선의 욕망이 우주에까지 닿는다
그들은 우주의 입자가 되었다
이제 그들은 어디든 갈 수 있으며 뭐든 될 수 있다
자신의 의지로 그림자 ㅇ은 괄호 안에 스며들 수 있게 되었다
그림자 ㅇ은 괄호 속에 몸을 집어넣는다
(ㅇ)
이런 모양으로
―감격적인 순간이야! 이봐, 누구 없나요? 이 기쁨을 누군가와 나눈다면…….
―……. (네 옆에 내가 있어)
―나 꼭 눈동자가 된 것 같아
눈동자가 된 그림자 ㅇ이 혼잣말하고
선도 이제 그림자 ㅇ의 몸에 닿을 수 있으므로
괄호 안의 그림자에 자신의 손을 댄다
그림자 ㅇ은 선이 닿는 순간
선의 가로길이 0.5mm와 세로 길이 5m에 베인다
―아파
선은 그림자 ㅇ의 몸에 닿는 순간
액체가 된다
―아파
그림자 ㅇ 이 신음한다
눈동자가 된 그림자 ㅇ 의 길게 베인 상처에서
물이 된 선이 파랗게 빛나며 흘러 내린다
파란 액체는 그림자 ㅇ 을 뒤덮는다
그림자 ㅇ 의 몸에 천천히 스며든다
그 몸을 차지한다
반짝반짝 눈물처럼 투명해지는
―내가 빛나고 있구나 집도 가지게 됐고 드디어 꿈을 이뤘어 근데 너무 아파 왜지
그림자 ㅇ 가 점점 선의 몸체 속으로 파묻힌다
유령처럼
괄호는 범람하여 새어나오는 새파란 액체와
액체 속에 가라앉아 사라져가는 유령을
통째로 집어 삼킨다
그들은 세상의 빗금이 되어 떨어져 내린다
―네가 꿈을 이뤄서 기뻐 네 안에 들어갈 수 있게 되어서 기뻐 나도 드디어 꿈을 이뤘어 이제 우리는 영원히 연결됐어
그림자 ㅇ 과 한 몸이 된 선의 속삭임
그림자 ㅇ, 말 없음
그림자 ㅇ 의 홈 스윗 홈, 괄호가 그들을 미처 다 삼키지 못하고 토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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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금은 땅에 발을 내딛는다
작은 벌레를 건드리듯
조심스럽게 첫 발가락을 놓는 순간
땅은 꺼진다
꺼진다
공기마저 무너지는 듯이
(아주 거대한 침묵이 대지를 뒤덮고)
아래로 아래로
떨어져 내린다
받아줄 바닥은
없다
세상은 소실점이 된다
그리고 남겨진 것은―.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2025)
이런 이야기는 어떤가요. 허구가 허구로서만 존재하지 않는.
이 이야기에는 인물들이 나온다.
예를 들어, 사건 a (인물들의 아버지가 죽는 사건)가 있기 전의 인물인 마이너스와 플러스. 두 사람은 동일 인물.
그리고 마이너스와 플러스가 만나면 0이 됩니다.
이 장면을 우리는 끝과 시작이라고 부르기로 합니다…….
……점을 이어서 많이 쓰면 무언가 더 할 말이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이런 점들 속에는 미처 말하지 못한 것들이 숨어있습니다…….
플러스는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 했지만 그의 아버지가 죽고 난 후로 그냥 텅, 텅, 소리를 내며 그렇게 텅 비어서 텅그러니 있습니다. 마이너스는 그의 아버지가 죽는다면,
하고 상상을 한다 상상을 하고 미소 짓고 고양이를 쓰다듬고
…….
그리고 절대로 이 생각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는다. 그는 깨끗하고 선하고 윤리적인 사람이기 때문이다. 또 말을 해서 정말로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책임은 자신에게 있을/주어질 것 같은 느낌 때문에.
있을 것 같다, 라는 말과 주어질 것 같다, 라는 말의 차이. 있을 것 같다, 의 ‘있을’은 비교적 가벼운 느낌이고 ‘주어질’은 사뭇 무거운 느낌.
동어 반복을 실시하겠습니다. 동어 반복은 왜인지 글에서 금기됩니다. 하지만 나는 동어 반복을 좋아하므로 계속 동어 반복에 동어 반복을 할 것입니다.
네, 계속 동어 반복에 동어 반복을 할 것입니다. 계속 동어 반복에 동어 반복을 할 것입니다. 계속 동어 반복에 동어 반복을 할 것입니다.
동어 반복을 무한히 할 수 있다면.
동어 반복이 되고 싶다.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
플러스는 미래
마이너스는 과거
제로는 현재
그러면 나는 누구?
플러스에게 주어졌던 사건은 플러스가 플러스이기 전 마이너스일 때를 떠올리게 한다 응, 그래서, 나는 더 이상 그전으로 돌아갈 수 없고 0이 되면 좋겠다…… 응.
응, 영 말이지, 영, 영, 영...
영 영 영 영
영
영
영
영
영영영
영 영
영 영
영영영
영
영
영
영
영
영
영
영
영
영 영 영
영 영
영 영
영 영
영 영
영 영
영 영
영 영
영 영
영 영
영 영 영
…영과 응을 이루는 이응은 동글동글해서 영원히 세상 끝까지 굴러갈 것 같지.
응.
얼마나 남았지, 그래서 0이 오는 시간은.
플러스는 카페 창가에 앉아 0을 기다린다. 그는 0의 인상을 기억한다.
0은… 텅 비어 있었다, 텅. 그러니까 얼굴에 아무것도 적혀있지도 않고 읽히지도 않았다. 플러스는 0의 흐릿한 자아와 둔감함이 마음 편했다. 자신이 무슨 이야기를 해도 다 들어주었다. 정확히는 들어준다기보다는 이야기를 듣는 족족 다 빠져나가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0을 만나면 플러스에게 무언가 도움이 되어줄 것 같았다. 0은 텅 비어 있었지만 상대의 말을 잘 들어주니까. 기운도 영혼도 감정도 텅 빈 공허한 무심한 그 이상으로 말 그대로 아무것도 없는, 그 눈과 귀로. 이야기를 들으면 들어간 동시에 한 번에 비워내는 태도로.
0이 자리에 앉으며 플러스와 부드럽게 눈을 마주쳤을 때 플러스는 자신의 우울과 슬픔이 단숨에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0은 한마디도 하지 않고 플러스가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자기가 아버지가 죽기를 바란 이야기, 그 후 정말로 아버지가 사고로 돌아가신 일의 죄책감에 대해 토로하며 괴로워하는 소리. 플러스는 계속 이야기했고 0은 말없이 들었다.
한 시간이 지났다. 플러스는 너무 자기 얘기만 한 것 같다며 0에게 미안한 기색을 내비쳤고 0은 헐겁게 웃으며 아니야, 라고만 했다. 0의 커피가 바닥을 보이고 있음을 플러스는 그 때 알았다. (참고로 플러스는 커피를 한 두 모금밖에 마시지 않았다.) 이제 플러스는 자신의 가장 취약한 부분을 상대에게 모두 보여주었지만, 0의 둔감해보이는 얼굴을 보고는 안심했다.
마이너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과거의 플러스)는 몇 개월 전 생각한다.
빌어먹을 아버지. 나의 아버지. 아버지가 죽었으면 좋겠다.
아아, 나는 패륜아다…
…….
만약 아버지가 죽는다면, 나는 아버지가 벌어오는 만큼 벌어야겠지. 하지만 그 덕분에 나에게 경제적 능력이 더 빨리 주어질 지도 모른다. 아버지 덕분에 생활이 돌아가고 있다. 만약 돌아가신다면 장점도 있지만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겠지.
왜 이런 생각이 드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시적으로 아름답게 비유하면 덜 쓰레기 같아지지 않을까
(이런 생각은 아주 작게, 아무도 보지 못하게 써야 되는 건지도 모른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오 신이시여, 부디 저의 죄를 용서하여 주소서!
마이너스는 생각으로 죄를 짓는 것도 죄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당연히 죄지, 죄가 아닌가?
죄가 아니라면?
그렇다면 나는 괜찮아지려나?
정말 그럴까.
…모르겠어.
잘 생각해봐.
그리고 지금 이렇게 생각을 글로써 검열하는 짓은 어쩌면,
아무 의미가 없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시시하고 진부하고 뻔하다…….
……아니다, 다 의미가 있는 일이다…….
……시시하고 진부하고 뻔하다…….
……아니다, 다 의미가 있는 일이다…….
……시시하고 진부하고 뻔하다…….
……아니다, 다 의미가 있는 일이다…….
……시시하고 진부하고 뻔하다…….
……아니다, 다 의미가 있는 일이다…….
……아니, 시시하고 진부하고 뻔하다!
너무너무!
마이너스는 자문자답을 그만둔다.
그리고 왜 플러스가 된 지금 더 속이 후련할까 생각한다. 플러스는 깨닫는다. 왜냐하면……
드디어 나는 이제 억압으로부터 자유로워졌으니까!
드디어 나는 이제 아비로부터 자유로워졌으니까!
드디어 나는 아비의 영향에서 벗어나 온전히 나로서 존재하게 되었으니까!
그리고 플러스와 마이너스가 모르는 사이에 0은 기회를 엿본다.
0은 플러스와 마이너스의 합작
0은 플러스와 마이너스의 애정과 증오가 일궈낸, 파생된 존재
0은 플러스와 마이너스가 통합 되기를 바란다
플러스와 마이너스가 합쳐지는 순간 그들은 0, 자신이 될 것이다
0은 생각한다.
내가 이렇게 고통스럽고 세상의 모든 정보들이 한꺼번에 나에게 투과하여 날붙이나 쇠꼬챙이처럼 눈과 귀에 꽂히는 건, 본 것과 들은 것들 전부 내 안에 그대로 무덤처럼 쌓여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는 건,
다 나의 상위 존재들 때문이다
나의 상위 존재, 부모인
과거와 미래,
너희가 너무 양극단에 있어서 미쳐버리겠어
둘이 입을 좀 맞춰봐
과거는 불안했다
현재도 불안하다
미래도 불안할 것이다
어느 날은 괜찮다
어느 날에는 안 괜찮다
어느 날에는 속에서 천불이 난다
어느 날에는 아니하고
어느 날에는
…….
빈 속에서 보이지 않는 온갖 자아가 싸운다
누가 알아주지도 않는 싸움
모순의 끝을 달린다
기복이 너무 심해서 도무지 감당할 수 없어
과거와 미래, 마이너스 플러스
그들 때문에 나는 무력해졌다
나는 그 시간에 억압당했다
그러나 이 생각은 너무 빠른 단정이다
그러면 뭘까
나는 뭘까
당신들은 나의 과거와 오지 않은 미래다
당신들은 나의 과거와 오지 않은 미래
이제는 나에게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과거
영원히 오지 않을 미래
……를 상상한다
불안하고 두렵고 공포스러운 감정과 기억은 편도체 해마 전두엽 피질
에서 담당하는데요
의사 선생님 제 두뇌 좀 치료해주세요
도저히 낫지를 않아요
나는 현재다
현재의 나는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에 0이다
현재는 0
0은 없을 無
과거는 마이너스
미래는 플러스라고 한다면
현재는 0
나는 없다
아무것도
나에게는 아무것도 없다
미래는 아무도 모르고 신밖에 모른다
너희가 내게 오는게 빠를까
내가 너희에게 가는게 빠를까
아니면 너희가 만나는 게 빠를까
쉿 아무 말도 하지 마 베이비
질문한 거 아니니까
이것은 나의 속마음
서로 공평하게 발화할 기회를 가지는 게 맞지, 응?
과거는 마이너스
미래는 플러스
현재는 0
영
영은 영혼
영은 제로
영은 숫자
영은 보이지 않는 마음
영은 보이지 않는 순간
영은 남들에게 보여주지 않는 모든 것
마이너스와 플러스가 만나면 0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
새로운 시작이자 끝
끝이자 시작
0은 마이너스와 플러스가 합해지는 순간을 기다린다. 그때가 오면 마이너스와 플러스는 0이 되면서 0은 사라질 수 있다. 직접 그들을 죽이지 않고서도 그들은 죽을 수 있고 살 수 있다. 그러므로 사실 0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그냥 거기에 있는 것이다. 그저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무것도 아니다.
이거 사실 다 헛소리고 0은 그저 0일 뿐입니다
0
이게 숫자로 보이든 영혼으로 보이든 가로로 긴 원으로 보이든 당신의 선택입니다
0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
「Dr.J의 심리치료 1>」 (2024)
-저는 Dr.J. 사람들의 마음을 치료하는 전문의입니다.
자, 눈을 감아보세요.
당신은 이제부터 새로운 차원의 경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그게 무엇인지는 직접 해보시면 알게 될 것입니다.
눈을 감고, 이 컨트롤러에 있는 가운데 버튼을 눌러보세요.
보이시나요?
창 안의 창.
스크린 안의 스크린.
이 창은 메뉴입니다.
당신은 언제든지 이 메뉴창을 통해 현실로 나갈 수 있습니다.
그러면, 컨트롤러의 방향키를 눌러 이동해보시겠어요?
(당신은 방향키를 눌렀다.)
-잘하셨습니다.
앞으로 총 10단계의 심리치료 스테이지가 있습니다.
스테이지 하나를 깰 때마다 당신의 고통스러운 기억, 감정, 트라우마가 해소됩니다.
당신은 이제 걸어나갑니다.
주변은 온통 광활한 허허벌판입니다.
무엇이 나타날지 알 수 없죠.
당신의 기분 상태를 나타내는 상태창에 '두려움'이라고 표시돼 있군요.
당신은 지금 왜 두려움을 느끼시나요?
(당신은 말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알겠습니다.
(당신은 걸었다. 계속 걸었다. 가상 현실 세계 속 하늘에서 폭풍우가 몰아치기 시작했다. 당신은 폭풍을 뚫으며 걸어나갔다. 그러다가, 멈췄다, 무언가를 보고. 당신의 동공은 위아래로 확장되었다. 당신은 공황에 빠져 소리를 질렀다.)
-꺼지라고, 왜이렇게 날 괴롭혀 대체 씨발 제발 작작 좀 해 제발 씨발
(당신은 눈물을 흘리며 흐느낀다.)
-당신의 앞무엇이 있는지 저는 보이지 않습니다. 알려주시겠어요?
무엇이 보이나요.
-아버지요.
우리집이요.
시선이요.
모든 것이요.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도록 합시다.
(Dr.J는 다급하게 프로그램을 강제종료시켰다. 당신은 현실로 돌아왔다. VR멀미에 당신은 어지러운 듯 살짝 휘청였다가 호흡을 골랐다. 당신은 Dr.J에게 천천히 VR 고글을 건넸다. 손의 떨림. 당신은 집에 돌아가 다음 상담 예약을 취소할 지 고민했다. Dr.J는 다시 당신에게 연락을 취할 준비를 하고 있다.)
「사람은 멀리서 봐야」 (2024)
사람은 멀리서 봐야 좋다
가까운 사물이 실제로 보이는 것보다 멀리 있습니다
보이는 사람은 의외로 멀리 있습니다
글리치 글리치 낮게 자르르 떨리는 전자음
파리의 날갯짓이 거꾸로 움직일 때
멈춤과 재생이 반복하며 교차할 때
멀리 있는 것들이 가까워진다
(이 화자의 마음은 어떤 것 같아)
(모순적인 것 같아)
입자는 영어로 파티클
파티클 티끌 그래서 티끌이 입자로부터 온 건가 생각하며
강아지가 뒤따라오고 있었다
멀지도 가깝지도 않게
너의 눈이랑 나의 눈이 서로 마주쳤을 때
빗방울이 대지에 부딪혔다
개의 털에 맺힌 물방울에 반사된 멀리있는 풍경
세상은 멀리서 봐야 아름답고 사람도 그러니까 너도 그렇다
튀어오르는 글리치 파티클 해체된 소음과 입자들
영혼의 입자를 볼 수는 없을까
영혼 전용 현미경을 사용해봐야겠다
그리고 인간 전용 슈퍼울트라오목렌즈가 필요하다다
가까이에서 어딘가를 바라보는 사람을 슈퍼울트라오목렌즈를 착용하고 보았다
「이것은 다른 일에 한눈 팔려 중요한 것을 놓치는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2024)
닭을 찾았다
물가에 닭이 있었다
닭은 물가로 들어가 헤엄쳤다
닭에게 가까이 가면 닭은 멀어졌다
휠체어를 일어서서 탄 사람이 내 위로 날아가는 것을 보았다
그 사이에 닭이 사라졌다
닭을 찾아 숲 속으로 들어갔다
숲 속으로 가까이 들어갈 수록 들려오는 사람들의 웃음소리
그 속에서 닭의 울음소리를 얼핏 들은 것도 같은데
사람들의 웃음소리를 듣느라 닭을 찾는 것을 잊었다
이것은 쓸데없는 일에 정신 팔려 중요한 것을 놓치는 사람의 이야기
다른 생각에 빠져있을 때, 내 옆에 누가 온 줄도 모르고
말을 나눌 수도 있었을텐데, 그런 마음
더 이상의 말은 생략합니다
(말하고 싶어)
(근데 말 못 하겠어)
닭은 계곡에서 제 친구들과 날갯짓을 하며 수영을 하고 있었다
즐거워 보였다
나는 닭을 두고 돌아왔다
「컴퓨터 브레인」 (2024)
조건의 갯수를 큰 폭으로 증가시킨다
큰 보폭으로 조건에 맞는 장치를 찾아 입을 수 있을텐데
세포를 제곱하고 제곱하면 세포의 제곱의 제곱이 된답니다
컴퓨터의 뇌
그 안의 체계를 분석해보았다
인지체계라는 것입니다
사람을 뇌로 인지하면 그것은 인지체계로 인식되는 것
너는 동의하지 않았다
창을 껐다
창을 열었다
ESC를 눌렀다
Escape 를 눌렀다
취소했다
컴퓨터를 강제로 종료시켰다
컴퓨터의 이진법으로, 이진법의 사고로, 0과 1, o와 x
그런식으로 인공멍청하게 사고하고 싶다
너는 동의했다
「그렇다고 해주지 않겠니」 (2024)
무엇인가를 찾았다
그린색의 투명한
표면의 매끄러움을 손으로 문지르면 묻어나오는 달팽이의 점액
숲을 찾았다
아카시아 향기는 왜 좋은걸까 생각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세계의 중심부는 여기가 아니야
o, x가 있다고 하자
지금부터 우리는 o, x 게임을 할 것입니다
맞으면 o, 틀리면 x를 외쳐주십시오
당신은 저를 좋아하나요?
x를 외쳤다, 당신은,
당신은 지금 슬픈가요?
o를 작게, 말하는 당신은.
마음의 중심부의 슬픔이 비쳐보인다 투명한 막 사이로
아니 애정이
아니아니아니아니 증오가
그래서 마음이라는 것을 입자로 생각해보자
입자는 모든 것을 이루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마음은 서로에게 스며들 수도 있다는 세계를 상상해보자
너는 그럴 수 없다고 말했다
돌아오는 길가에서 아카시아 향기를 맡았다
「스톱」 (2024)
해야할 것들이 많군요
집에 돌아오면 동시다발적으로 모든게 돌아간다
멈춰있는 게 불가능한지라
밑져야 본전
안 밑지면 아무것도
엎어라 뒤집어
다시 엎어라 뒤짚어
내가 이길 때까지 해, 다시
해야 한다고 느껴지는 것들이 많다
근데 이거 죽기 전까지 다 못 끝내요
전생에 쌓은 업보가 많은지
왜 속죄하고 벌 받고 아무리 빌고 기도해도
제자리?
미어터져서 찌그러져서 숨통이 조여서 오므라들어서
죽기 전에는 숨을 편안하게 쉬고 싶어
가능한거야?
아니
돌아서보면 생각과 생각이 횡단보도에서 서로를 교차하며 지나가고 있다
어떤 생각을 떨쳐버리는 것을 생각한다
그 생각을 생각하고 있으면 오버씽킹 작동
판단 중지라는 생각에 압도되는 정신적 활동 과잉인
정신을 날카롭게 벼린 머릿속 무기를 가지고
그 사람 걸어다녔다 하염없이
자기가 걷는 모든 길이 나이아가라 다리 위라면서
인도 전철 하천 육교 천국 벌판 대교 지옥 풀밭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것을 조심하면서
곧 무덤 들어가기 직전인마냥 초조해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