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 입자 페어리 게임」(2025)
영혼을 꺼내는 기계
입자의 영혼들
유저 1은 빠른 심장으로 느리게 유저 2에게 다가갑니다…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온다
-숨 쉬는 것을 잊지 마세요.
[System : 이제 당신은 호흡하는 것을 의식하게 됩니다!]
-숨을 마실 때는 배가 가득 차게
그리고 잠시 7초 간 숨을 멈추기
내쉴 때는 모든 긴장과 불순물을 빼낸다는 느낌으로
끝까지 숨을 뱉기, 인가요
-네 그러면 당신은 곧 심장 박동이 점점 느려지고 근육이 이완 되는 것을 느낄 것입니다
요약
숨을 4초 간 마신다
7초 간 멈춘다
8초 간 발사
[System : 당신은 478 호흡 퀘스트를 달성하였습니다!]
유저들은 숨을 편안하게 쉬면서
서로의 숨을 나눠 마신다
산소와 이산화탄소
재생
순환
점진적으로
무한히 뻗어나가고 스며들고
서로의 경계를 허물고
안녕
미시 생물들이 자기들끼리 상호작용 하듯
그렇게 안녕 잘 가 또 만나
…를 반복
우리를 이루는 것도 입자
입자를 이루는 것도 입자
공기를 이루는 입자를 이루는 것은 원소
이 입자들이 뒤섞일 수 있다는 것
열에너지를 전도할 수 있다는 것
서로가 서로에게
뒤섞일 수 있으며
그러니 사실 우리를 이루는 성분도 조금씩 섞이고 있다고 가정한다면
이완이라고 한다면
긴장이 멜팅 된
신경 근육
물렁 해진
액체 젤리
어떤 축으로 갈 수록 중력을 거스르거나 가까워진다
계속 Esc 버튼을 눌러서 탈출
순간 이동을 하려면 순간 이동 버튼을 누르세요
라임색 머리카락의 그 애
세이브 버튼을 눌러서 저장하세요
생존하려면 그 애와 무기가 필요하다
컷 편집
삭제
백스페이스
엔터
Esc
세이브미
오늘의 무기
현재 보관중
아이템 0개
상태 : LEVEL. 0
미러 사이드
사물이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을 수도 있고 멀리 있을 수도 있습니다
마우스 커서
오탈자들
초보 유저들을 위한 세레나데 응원
한 기능씩 퀘스트를 클리어해보세요!
퀘스트 달성
보상을 얻었습니다
레몬 라임 딸기 아이스크림 숙면 건강한 신체
작품 이름으로 지으면 재밌을 것 같은 단어를 나열하면 시가 된다
잘 가 = 안녕 또 만나
크레이지 윙크
윙크 페어리
스네일 페어리
조크면서 트루
게시판
이스터에그 발견
Game : Micro world
텔 미, 왓츠 온 유어 마인드
상태 메세지 : 상태 안 좋음
스르르
또는
어째서
과연
아무래도
물음표가 띄워진 말풍선
말풍선 놀이
R과 C의 말
자기복제기관
메롱 하고 사라진
메롱 하고 나타난
메롱 하고 도망 간
Micro babies
Micro twins
글씨체 크기 줄였다
목소리도 줄였다
편지 봉투에 p.s - 100년 뒤에 읽으시오
뇌유전자악성호르몬바이러스 침투
========_++=+=+=+=+=+=+==+==+=+=♡☆☆☆
모스키토도 페어리다
모기 요정
퐁
퐁당
아이 원 츄
아이 헤이츄
아이 러브 유
리을 미음
투명액체고체슬라임
예스머신 노노머신 스톱머신 고고머신
애플레몬워터
덜 얌전하고, 더 재밌고 달콤한 쪽으로 나빠지자
당신은 너무 착합니다
선한 것 악한 것 착한 것 나쁜 것
이렇게 흑과 백으로 나누지 말고 더 다양하게 바라봅시다
무한한 중간 지대의 시작으로부터의 스펙트럼
귀엽고 멍청하고 교활한 망막을 갈아끼우고
생각해봅시다
프로젝트에 대한, 프로세스로 인지되는
그러니까 당신에게 들어오는, 투과되는 빛의 입자, 선분, 달팽이 껍질, 피보나치의 수열, 음파, 그 모든 것들이 전부 그레이존에 해당이 된다고 해봅시다
창백하고 약해서
금방이라도 영혼이 산산조각날 것 같이
보이지 않는 파티클 효과들
자기들끼리 자글자글 눈 잔상벌레현상
귀여워 죽겠다
입자 벌레들이 윙크하고 메롱메롱 모여서 군집 만든다
로드되고 있습니다…
0.1, 0.01, 0.001, 0.0001, 0.00001, 0.000001, 0.0000001, 0.00000001, 0.00000000000000000000001…
너네 어디까지 가는 거에요
떨어지는……
안녕 = 안녕
잘 가 = 또 만나
안녕 = 또 만나
「ㅇ/() 공식」(2025)
그림자가 있고
괄호가 있고
그림자와 괄호의 가운데에 선이 그어져 있다
ㅇ / ( )
ㅇ은 그림자이다
이응은 그림자입니다
괄호의 안에는 아무것도 없고
ㅇ의 안은 그림자로 가득하다
ㅇ은 괄호 안의 공백이 되고 싶고
ㅇ은 괄호 안에 들어가고 싶지만
ㅇ은 그림자므로 어찌할 방도를 모른다
그림자는 언제까지나 그림자여야만 해
그림자는 욕망을 가져서는 안 되며 그리고
그림자 ㅇ은 언제나 괄호 뒤에 있다
그림자 ㅇ은 생각한다
―내 그림자를 쳐다보면 그림자는 땅에 달라붙어서 나를 따라 하는 건지 내가 그림자를 따라 하는 건지 모르겠다
그림자는 그렇게 생각하며 바닥과 한 몸이 되어 그림을 그린다
그림 위를 걸으면서 무지갯빛 꿈에 대해서 생각한다
그에게 꿈이란 욕망
욕망에 대해서 생각한다
자신의 몸 속에 오색찬란한 빛을 깊이 오래도록 간직하는 욕망
그 빛이 되는 욕망
―하지만 여기가 한계이고 끝 아닌가요
여기서 더이상 갈 수 있나요
앞은 벽인데 이것을 뚫고 나아갈 수 있나요…….
그림자 ㅇ 의 절망감.
무엇보다 그는 안전하게 자신의 몸을 뉘일 수 있는 공간을 원한다
괄호처럼, 둥글고, 안정적인, 그래, 괄호.
그리고 괄호는 그림자 ㅇ의 존재를 모른다
숨 쉴 수 있는 곳, 안전한 장소이자 사람들,
그리고 비슷한 느낌으로……
……반짝거리고 따뜻한 기운이 넘치는 공간 괄호.
그런 괄호와 그림자 ㅇ 은 아무 관계가 없다
그림자 ㅇ 은 괄호 속에 몸을 집어넣고 싶다
자신을 반겨주고 편히 있을 장소
바로 저 빈 진공void 속에.
―빈 괄호 안에는 뭐든지 자유롭게 쓸 수 있고 내가 괄호 안에 들어간다면 ㅇ이 아닌 미음도 될 수 있고 비도 될 수 있고 바람도 될 수 있고 고양이도 될 수 있고 다른 무언가도 될 수 있을 거야…….
그리고, 그리고…….
괄호는 늘 멀리에 있다
괄호 = 안전함, 환대, 인정, 소속감, 연결감, 받아들여진다는 감각! 소외감/거절감/거리감과 정확히 반대인 감각!
선은 그림자 ㅇ의 테두리를 긋고 싶다
선은 그림자 ㅇ의 윤곽을 섬세하게 어루만지고 싶고
선은 검푸른 빛의 매혹적인 그림자 ㅇ과 가까워지고 싶지만
선의 세로 길이는 30cm에
두께는 0.5mm이고
영 오 밀리미터인 선은 옆에서는 거의 보이지가 않는다
선은 그림자 ㅇ 에게 묻는다
―너를 어떻게 부르면 될까 이응이라고 부르면 될까 영이라고 부르면 될까 그냥 그림자라고 부를까
그림자 ㅇ 에게 선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세로는 무한대로 늘릴 수 있어도 두께는 없는 듯 얄팍하니
영 오 밀리미터 선은 그림자의 옆면처럼
희미하게 없는 듯이 있어야 해 그리고
입을 다문다
선의 가로길이만큼 그림자 ㅇ 에게 선의 존재는 미미하다
그림자 ㅇ 이 괄호의 걸음만큼 앞으로 나간다
선은 그만큼 몸을 늘려 그림자 ㅇ 을 막는다
―그림자야, 나를 봐 줘 나 여기에 있어 난 내가 너를 보고 있어 너도 나를 봐줘 나는 늘 너에게 연결돼 있어 근데 왜 너는 나를 보지 못하는 거야 왜 내가 네 주변에 있다는 걸 모르는 거야
그림자 ㅇ 은 선을 보지 못하고 밟고 지나간다
그럼에도 선은 그림자 ㅇ 를 …한다
원한다
욕망한다
갈망한다
애정한다
사랑한다
미워한다
증오한다
동경한다
그림자 ㅇ 에게 선은
삼십 센티의 바닥에 일자로 그어진 하얀 줄
이 선이 왜 이렇게 날 따라오는 것 같지, 하며
그림자 ㅇ 에게 선은 선일 뿐
생명도 영혼도 매력도 없는
존재감 없는 무엇
마치 유령처럼, 보이지 않아
나는 그 애에게 보이지 않아
그림자 ㅇ은 가로 0.5mm 선을 정확히 0.5mm만큼만 움직여 피하고
가로도 반들반들하게 둥근 괄호를 따라간다, 기어서.
선은 그림자 ㅇ의 끄트머리를 잡고 끌려간다…….
/___ㅇ( )
……햇빛이 기울어지는 각도에 따라 그림자 ㅇ의 그림자도 길어진다
/____________ㅇ( )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도식
한참을 따라가다가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고
달이 지구 주변을 약 6,687.36바퀴 도는 순간
(500년이 된 순간)
그림자와 선의 욕망이 우주에까지 닿는다
그들은 우주의 입자가 되었다
이제 그들은 어디든 갈 수 있으며 뭐든 될 수 있다
자신의 의지로 그림자 ㅇ은 괄호 안에 스며들 수 있게 되었다
그림자 ㅇ은 괄호 속에 몸을 집어넣는다
(ㅇ)
이런 모양으로
―감격적인 순간이야! 이봐, 누구 없나요? 이 기쁨을 누군가와 나눈다면…….
―……. (네 옆에 내가 있어)
―나 꼭 눈동자가 된 것 같아
눈동자가 된 그림자 ㅇ이 혼잣말하고
선도 이제 그림자 ㅇ의 몸에 닿을 수 있으므로
괄호 안의 그림자에 자신의 손을 댄다
그림자 ㅇ은 선이 닿는 순간
선의 가로길이 0.5mm와 세로 길이 5m에 베인다
―아파
선은 그림자 ㅇ의 몸에 닿는 순간
액체가 된다
―아파
그림자 ㅇ 이 신음한다
눈동자가 된 그림자 ㅇ 의 길게 베인 상처에서
물이 된 선이 파랗게 빛나며 흘러 내린다
파란 액체는 그림자 ㅇ 을 뒤덮는다
그림자 ㅇ 의 몸에 천천히 스며든다
그 몸을 차지한다
반짝반짝 눈물처럼 투명해지는
―내가 빛나고 있구나 집도 가지게 됐고 드디어 꿈을 이뤘어 근데 너무 아파 왜지
그림자 ㅇ 가 점점 선의 몸체 속으로 파묻힌다
유령처럼
괄호는 범람하여 새어나오는 새파란 액체와
액체 속에 가라앉아 사라져가는 유령을
통째로 집어 삼킨다
그들은 세상의 빗금이 되어 떨어져 내린다
―네가 꿈을 이뤄서 기뻐 네 안에 들어갈 수 있게 되어서 기뻐 나도 드디어 꿈을 이뤘어 이제 우리는 영원히 연결됐어
그림자 ㅇ 과 한 몸이 된 선의 속삭임
그림자 ㅇ, 말 없음
그림자 ㅇ 의 홈 스윗 홈, 괄호가 그들을 미처 다 삼키지 못하고 토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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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금은 땅에 발을 내딛는다
작은 벌레를 건드리듯
조심스럽게 첫 발가락을 놓는 순간
땅은 꺼진다
꺼진다
공기마저 무너지는 듯이
(아주 거대한 침묵이 대지를 뒤덮고)
아래로 아래로
떨어져 내린다
받아줄 바닥은
없다
세상은 소실점이 된다
그리고 남겨진 것은―.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2025)
이런 이야기는 어떤가요. 허구가 허구로서만 존재하지 않는.
이 이야기에는 인물들이 나온다.
예를 들어, 사건 a (인물들의 아버지가 죽는 사건)가 있기 전의 인물인 마이너스와 플러스. 두 사람은 동일 인물.
그리고 마이너스와 플러스가 만나면 0이 됩니다.
이 장면을 우리는 끝과 시작이라고 부르기로 합니다…….
……점을 이어서 많이 쓰면 무언가 더 할 말이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이런 점들 속에는 미처 말하지 못한 것들이 숨어있습니다…….
플러스는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 했지만 그의 아버지가 죽고 난 후로 그냥 텅, 텅, 소리를 내며 그렇게 텅 비어서 텅그러니 있습니다. 마이너스는 그의 아버지가 죽는다면,
하고 상상을 한다 상상을 하고 미소 짓고 고양이를 쓰다듬고
…….
그리고 절대로 이 생각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는다. 그는 깨끗하고 선하고 윤리적인 사람이기 때문이다. 또 말을 해서 정말로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책임은 자신에게 있을/주어질 것 같은 느낌 때문에.
있을 것 같다, 라는 말과 주어질 것 같다, 라는 말의 차이. 있을 것 같다, 의 ‘있을’은 비교적 가벼운 느낌이고 ‘주어질’은 사뭇 무거운 느낌.
동어 반복을 실시하겠습니다. 동어 반복은 왜인지 글에서 금기됩니다. 하지만 나는 동어 반복을 좋아하므로 계속 동어 반복에 동어 반복을 할 것입니다.
네, 계속 동어 반복에 동어 반복을 할 것입니다. 계속 동어 반복에 동어 반복을 할 것입니다. 계속 동어 반복에 동어 반복을 할 것입니다.
동어 반복을 무한히 할 수 있다면.
동어 반복이 되고 싶다.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
플러스는 미래
마이너스는 과거
제로는 현재
그러면 나는 누구?
플러스에게 주어졌던 사건은 플러스가 플러스이기 전 마이너스일 때를 떠올리게 한다 응, 그래서, 나는 더 이상 그전으로 돌아갈 수 없고 0이 되면 좋겠다…… 응.
응, 영 말이지, 영, 영, 영...
영 영 영 영
영
영
영
영
영영영
영 영
영 영
영영영
영
영
영
영
영
영
영
영
영
영 영 영
영 영
영 영
영 영
영 영
영 영
영 영
영 영
영 영
영 영
영 영 영
…영과 응을 이루는 이응은 동글동글해서 영원히 세상 끝까지 굴러갈 것 같지.
응.
얼마나 남았지, 그래서 0이 오는 시간은.
플러스는 카페 창가에 앉아 0을 기다린다. 그는 0의 인상을 기억한다.
0은… 텅 비어 있었다, 텅. 그러니까 얼굴에 아무것도 적혀있지도 않고 읽히지도 않았다. 플러스는 0의 흐릿한 자아와 둔감함이 마음 편했다. 자신이 무슨 이야기를 해도 다 들어주었다. 정확히는 들어준다기보다는 이야기를 듣는 족족 다 빠져나가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0을 만나면 플러스에게 무언가 도움이 되어줄 것 같았다. 0은 텅 비어 있었지만 상대의 말을 잘 들어주니까. 기운도 영혼도 감정도 텅 빈 공허한 무심한 그 이상으로 말 그대로 아무것도 없는, 그 눈과 귀로. 이야기를 들으면 들어간 동시에 한 번에 비워내는 태도로.
0이 자리에 앉으며 플러스와 부드럽게 눈을 마주쳤을 때 플러스는 자신의 우울과 슬픔이 단숨에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0은 한마디도 하지 않고 플러스가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자기가 아버지가 죽기를 바란 이야기, 그 후 정말로 아버지가 사고로 돌아가신 일의 죄책감에 대해 토로하며 괴로워하는 소리. 플러스는 계속 이야기했고 0은 말없이 들었다.
한 시간이 지났다. 플러스는 너무 자기 얘기만 한 것 같다며 0에게 미안한 기색을 내비쳤고 0은 헐겁게 웃으며 아니야, 라고만 했다. 0의 커피가 바닥을 보이고 있음을 플러스는 그 때 알았다. (참고로 플러스는 커피를 한 두 모금밖에 마시지 않았다.) 이제 플러스는 자신의 가장 취약한 부분을 상대에게 모두 보여주었지만, 0의 둔감해보이는 얼굴을 보고는 안심했다.
마이너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과거의 플러스)는 몇 개월 전 생각한다.
빌어먹을 아버지. 나의 아버지. 아버지가 죽었으면 좋겠다.
아아, 나는 패륜아다…
…….
만약 아버지가 죽는다면, 나는 아버지가 벌어오는 만큼 벌어야겠지. 하지만 그 덕분에 나에게 경제적 능력이 더 빨리 주어질 지도 모른다. 아버지 덕분에 생활이 돌아가고 있다. 만약 돌아가신다면 장점도 있지만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겠지.
왜 이런 생각이 드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시적으로 아름답게 비유하면 덜 쓰레기 같아지지 않을까
(이런 생각은 아주 작게, 아무도 보지 못하게 써야 되는 건지도 모른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오 신이시여, 부디 저의 죄를 용서하여 주소서!
마이너스는 생각으로 죄를 짓는 것도 죄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당연히 죄지, 죄가 아닌가?
죄가 아니라면?
그렇다면 나는 괜찮아지려나?
정말 그럴까.
…모르겠어.
잘 생각해봐.
그리고 지금 이렇게 생각을 글로써 검열하는 짓은 어쩌면,
아무 의미가 없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시시하고 진부하고 뻔하다…….
……아니다, 다 의미가 있는 일이다…….
……시시하고 진부하고 뻔하다…….
……아니다, 다 의미가 있는 일이다…….
……시시하고 진부하고 뻔하다…….
……아니다, 다 의미가 있는 일이다…….
……시시하고 진부하고 뻔하다…….
……아니다, 다 의미가 있는 일이다…….
……아니, 시시하고 진부하고 뻔하다!
너무너무!
마이너스는 자문자답을 그만둔다.
그리고 왜 플러스가 된 지금 더 속이 후련할까 생각한다. 플러스는 깨닫는다. 왜냐하면……
드디어 나는 이제 억압으로부터 자유로워졌으니까!
드디어 나는 이제 아비로부터 자유로워졌으니까!
드디어 나는 아비의 영향에서 벗어나 온전히 나로서 존재하게 되었으니까!
그리고 플러스와 마이너스가 모르는 사이에 0은 기회를 엿본다.
0은 플러스와 마이너스의 합작
0은 플러스와 마이너스의 애정과 증오가 일궈낸, 파생된 존재
0은 플러스와 마이너스가 통합 되기를 바란다
플러스와 마이너스가 합쳐지는 순간 그들은 0, 자신이 될 것이다
0은 생각한다.
내가 이렇게 고통스럽고 세상의 모든 정보들이 한꺼번에 나에게 투과하여 날붙이나 쇠꼬챙이처럼 눈과 귀에 꽂히는 건, 본 것과 들은 것들 전부 내 안에 그대로 무덤처럼 쌓여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는 건,
다 나의 상위 존재들 때문이다
나의 상위 존재, 부모인
과거와 미래,
너희가 너무 양극단에 있어서 미쳐버리겠어
둘이 입을 좀 맞춰봐
과거는 불안했다
현재도 불안하다
미래도 불안할 것이다
어느 날은 괜찮다
어느 날에는 안 괜찮다
어느 날에는 속에서 천불이 난다
어느 날에는 아니하고
어느 날에는
…….
빈 속에서 보이지 않는 온갖 자아가 싸운다
누가 알아주지도 않는 싸움
모순의 끝을 달린다
기복이 너무 심해서 도무지 감당할 수 없어
과거와 미래, 마이너스 플러스
그들 때문에 나는 무력해졌다
나는 그 시간에 억압당했다
그러나 이 생각은 너무 빠른 단정이다
그러면 뭘까
나는 뭘까
당신들은 나의 과거와 오지 않은 미래다
당신들은 나의 과거와 오지 않은 미래
이제는 나에게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과거
영원히 오지 않을 미래
……를 상상한다
불안하고 두렵고 공포스러운 감정과 기억은 편도체 해마 전두엽 피질
에서 담당하는데요
의사 선생님 제 두뇌 좀 치료해주세요
도저히 낫지를 않아요
나는 현재다
현재의 나는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에 0이다
현재는 0
0은 없을 無
과거는 마이너스
미래는 플러스라고 한다면
현재는 0
나는 없다
아무것도
나에게는 아무것도 없다
미래는 아무도 모르고 신밖에 모른다
너희가 내게 오는게 빠를까
내가 너희에게 가는게 빠를까
아니면 너희가 만나는 게 빠를까
쉿 아무 말도 하지 마 베이비
질문한 거 아니니까
이것은 나의 속마음
서로 공평하게 발화할 기회를 가지는 게 맞지, 응?
과거는 마이너스
미래는 플러스
현재는 0
영
영은 영혼
영은 제로
영은 숫자
영은 보이지 않는 마음
영은 보이지 않는 순간
영은 남들에게 보여주지 않는 모든 것
마이너스와 플러스가 만나면 0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
새로운 시작이자 끝
끝이자 시작
0은 마이너스와 플러스가 합해지는 순간을 기다린다. 그때가 오면 마이너스와 플러스는 0이 되면서 0은 사라질 수 있다. 직접 그들을 죽이지 않고서도 그들은 죽을 수 있고 살 수 있다. 그러므로 사실 0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그냥 거기에 있는 것이다. 그저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무것도 아니다.
이거 사실 다 헛소리고 0은 그저 0일 뿐입니다
0
이게 숫자로 보이든 영혼으로 보이든 가로로 긴 원으로 보이든 당신의 선택입니다
0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